제목만 보고 고개를 갸웃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죽고 싶다는 말 뒤에 떡볶이가 붙어 있는 모순적인 제목, 백세희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입니다.
2018년 출간 이후 국내에서만 40만 부 이상 팔리고 25개국에 번역된 책이에요.
이 책이 오래도록 읽히는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대형 출판사의 기획물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자비 출판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모금에는 1,292명의 후원자가 참여했고, 2,000만 원이 모였습니다. 목표 금액이었던 150만 원을 훌쩍 넘긴 수치입니다.
이후 소규모 서점들을 통해 3판까지 약 2,500부가 팔렸고, 같은 해 말 흔 출판사에서 정식 출간됐습니다.
독자들의 손으로 먼저 선택받은 책이라는 점이 이 책의 출발점이에요. ^^
책의 뼈대는 저자가 정신과 의사와 나눈 12주간의 상담 기록입니다.
녹취를 바탕으로 대화를 옮기고, 각 회차마다 저자 자신의 성찰 에세이를 덧붙인 구성입니다.
저자는 출판사에서 소셜미디어 디렉터로 일하던 시기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진단은 지속성 우울장애, 흔히 기분변조증이라 불리는 가벼운 우울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상태였습니다.
상담실 안에서 오간 질문과 답변이 날것 그대로 실려 있어, 정신과 상담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어요.
제목은 저자 본인이 직접 지었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합니다. 직장도 잘 다니고, 농담도 하고, 떡볶이도 먹으러 다닙니다.
그런데도 내면은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고, 알 수 없는 허전함에 시달립니다.
이 모순적인 상태가 바로 이 책이 붙잡고 있는 감정입니다.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하면서도 매콤한 떡볶이는 먹고 싶은, 애매한 기분의 정직한 고백이 제목에 담겨 있습니다.
많은 독자가 이 모순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해요.
첫째는 자존감입니다. 저자는 자존감 문제에 유난히 집착하면서도, 정작 왜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됐는지 모릅니다.
의사는 자존심이 세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자존감이 낮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기제라는 설명입니다.
둘째는 타인의 시선입니다. 새로운 모임에서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이성적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조차 자신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모순적인 욕망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셋째는 관계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자신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떠나리라는 극심한 불안을 느낍니다.
의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아주 작은 부분만으로 버려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왜곡된 인지를 짚어줍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실제 상담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의사라는 전문가의 냉철하고 따뜻한 분석이 저자의 고백 뒤에 이어져, 단순한 감상 에세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동질감을 얻어요.
우울하면서도 배고프고, 관심이 필요하면서도 관계가 두려운 모순을 미화 없이 드러낸 점이 공감을 샀습니다.
뉴욕타임즈는 2022년 가을 추천 회고록 목록에 이 책을 올렸고, 영어판은 2022년에 출간됐습니다.
방탄소년단 RM의 애독서로 알려지면서 해외 판매에도 탄력이 붙었어요.
속편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더 먹고 싶어는 2019년에 출간됐습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고, 상담 기록과 성찰 에세이의 구성을 이어갑니다.
1편이 우울의 기록이라면 2편은 치유의 과정을 더 깊이 파고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두 권을 이어 읽으면 저자의 12주 이후의 시간을 따라갈 수 있어요.
드라마 시리즈화도 결정돼 있어, 앞으로의 행보도 지켜볼 만합니다.
마음이 자주 가라앉는데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분들입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검열하는 데 지친 분들입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볼까 망설이는 분들에게는 상담실의 문턱을 낮춰주는 책이 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에세이를 찾는 분들에게는 묵직할 수 있으니,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펼치는 게 좋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들 때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번이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208쪽으로 부담 없는 분량이라 하루 이틀 만에 읽을 수 있습니다.
상담 기록 파트와 에세이 파트를 번갈아 읽는 구조라, 중간에 멈췄다가 이어 읽기에도 좋습니다.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자주 나오니 연필을 준비해 두는 것도 좋아요. ^^
2편과 함께 구매하면 이어 읽기 편합니다.
도서관에서 먼저 빌려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우울을 낭만화하지 않습니다.
모순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 안에서 작은 욕망을 붙잡는 기록입니다.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마음이 생의 의지를 붙잡아 두었다는 고백이 오래 남습니다.
마음이 애매하게 가라앉는 날, 조용히 곁에 두고 싶은 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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