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길에 떨어진 도토리를 보고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습니다. 주워다 가루를 만들어 묵을 쑤어봤는데, 과정은 단순한데 손이 꽤 가더라고요.^^ 오늘은 도토리 가루 만드는 방법을 단계별로 정리해봤습니다.
시판 도토리묵 가루도 잘 나와 있습니다. 그래도 직접 만들면 첨가물 걱정 없이 먹을 수 있고, 가을의 손맛이 담긴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도토리를 다루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도토리는 9월 하순부터 10월에 떨어집니다. 땅에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것, 껍질에 구멍이 없고 묵직한 것을 고릅니다. 구멍이 뚫린 건 벌레 먹은 것이니 제외합니다.
채취한 도토리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흙과 먼지를 제거합니다.
도토리 껍질은 단단합니다. 칼로 끝부분을 살짝 자른 뒤 손으로 까내면 수월합니다. 속살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껍질 안쪽에도 있으니, 갈색 속껍질까지 최대한 벗겨냅니다.
이 과정이 제일 손이 많이 갑니다. 양이 많으면 하루 날 잡고 하시는 게 좋습니다.^^
껍질 깐 도토리를 믹서나 맷돌에 곱게 갑니다. 주황빛 갈색의 고운 반죽이 됩니다. 여기에 물을 넉넉히 붓고 잘 풀어줍니다.
체에 걸러 섬유질을 분리하면 앙금이 가라앉을 준비가 됩니다. 이 앙금이 바로 도토리 전분입니다.
도토리 가루 만들기의 핵심은 이 단계입니다. 도토리에는 탄닌이 많아 그대로 먹으면 떫고 소화가 잘 안 됩니다.
앙금을 가라앉힌 뒤 윗물을 버리고 새 물을 붓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물에 녹아 나온 탄닌이 함께 빠져나가면서 떫은맛이 줄어듭니다. 앙금 색이 탁한 갈색에서 옅은 크림색에 가까워지면 잘 된 겁니다.
전통 방식도 도토리를 물에 여러 날 담가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이었습니다.
떫은맛이 빠진 앙금은 면포에 받쳐 물기를 빼고, 채반에 얇게 펴서 통풍 잘 되는 그늘에서 완전히 말립니다. 바짝 마른 전분 덩어리를 믹서나 절구에 곱게 빻으면 도토리 가루 완성입니다.
완전히 마르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건조는 확실하게 합니다.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합니다. 냉장 보관하면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습기를 먹으면 뭉치니 실리카겔 같은 방습제를 함께 넣어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든 가루로 묵을 쑬 때는 가루와 물의 비율이 1:6~7 정도가 적당합니다.
찬물을 조금씩 부어 덩어리 없이 풀어준 뒤 냄비에 넣고 중불에서 바닥부터 저어줍니다. 점점 투명해지고 무거워지면 약불로 줄여 2~3분 더 저은 뒤 틀에 부어 식힙니다. 냉장에서 4시간 정도 굳히면 됩니다.
말랑하게 굳었다면 물이 많았거나 끓이는 시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직접 만든 도토리 가루로 쑨 묵은 시판 제품과 결이 다릅니다. 손은 가지만 그만큼 맛이 정직합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올가을, 산책길 도토리 한 줌으로 묵 한 접시의 여유를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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